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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세월의 지혜

최고관리자
2019.08.12 09:09 31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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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지혜』
노인과 젊은이의 동맹을 위한 지혜서

강언덕 베네딕토 SJ | 이냐시오 영성연구소 상임연구원




  『세월의 지혜』Sharing the wisdom of time의 탄생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기도에서 시작되었다. 어느 날 기도 시간에 교황은 성령의 영감을 받아, 노인들의 역할이 현시대에 얼마나 필수적인지를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노인들이 세월 속에서 쌓아 온 지혜에 주목하게 되는데, 특히 요즘 젊은 세대가 겪고 있는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해법과, 그들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미래상을 구상하는 데에 이 노인들의 지혜가 큰 도움이 되리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교황은 여러 채널을 통해 이를 나누고 알리기 시작했다.

  노인들의 지혜에 대한 이러한 교황의 믿음과 비전은, 미국 예수회 출판사 로욜라 프레스가 『세월의 지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추진하도록 이끌었다. 로욜라 프레스는 교황의 비전을 열정적으로 받아들여, 세계 곳곳에 숨어 있는 지혜로운 노인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열 군데의 예수회 출판사, 그리고 비영리 후원기구 ‘언바운드’(unbound.org)의 지대한 도움이 있었다. 인터뷰에 참여한 노인들은 250명이 넘었는데 이 중 84명의 이야기가 선택되었고, 이는 ‘노동’, ‘투쟁’, ‘사랑’, ‘죽음’, ‘희망’의 다섯 가지 장으로 분류되어 『세월의 지혜』라는 이름의 책으로 엮어지게 되었다. 여기에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기여도 큰 몫을 하였다. 다섯 가지로 분류된 주제들은 평소에 교황이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던 가치들이다. 따라서 교황은 책의 서문 외에 다섯 개 장에도 각각 머리말을 작성하여, 독자들이 그 주제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도록 직접 안내하고 있다. 특별히 서른한 편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동료 노인으로서의 깊은 공감을 표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고유한 체험과 지혜를 독자들에게 나눠 주고 있다. 교황 프란치스코의 이러한 적극적인 응답은 이 책의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고 더 깊이 성찰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다. 여기에는 교황을 직접 만나 로욜라 프레스와 그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어 준 예수회 안토니오 스파다로 신부의 도움이 매우 컸다. 또한 이 책에는 노인들의 이야기 외에도 ‘내가 배운 노년의 지혜’라는 꼭지를 통해, 노인들의 지혜를 체험했던 젊은이들의 이야기도 수록되어 있다. 이는 각 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약방의 감초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교황 프란치스코가 꿈꾸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아주 잘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교황 프란치스코의 꿈
“나는 이 책을 젊은이들에게 맡깁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꿈이 그들을 더 나은 미래로 데려다 줄 것입니다. 미래를 향해 걷기 위해서는 과거가 필요합니다. 현재와 그 도전들을 살아 내는 것을 도와줄 깊은 뿌리들이 필요합니다. 기억이 필요합니다, 용기가 필요합니다, 미래에 대한 건강한 비전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내가 바라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젊은이와 노인이 새로운 동맹을 맺고 살아가는 세상입니다” (『세월의 지혜』 23쪽).

  『세월의 지혜』를 통해서 교황 프란치스코가 꿈꾸는 것은, 젊은이와 노인이 동맹을 맺고 살아가는 세상의 도래이다. 생각해 보면 이미, 그리고 당연히 존재하고 있어야 할 세상인데, 실상은 애써 꿈꾸고 노력해야 하는 세상 안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처럼 청년과 노년의 관계 악화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서로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해소하기 위하여 교황은 노인과 젊은이 모두에게 다음과 같이 노력해 줄 것을 힘주어 요청하고 있다.

“노인이 냉소적일 때 얼마나 끔찍할지 상상해 보십시오. 그런 노인들은 자기 경험을 나누기 싫어합니다. 그들은 젊은이들을 무시합니다. 그들은 항상 불평합니다. 그들은 지혜를 나눌 수 없습니다. 그들은 오로지 옛날만 아무 의미 없이 돌아볼 뿐입니다. 하지만 노인이 삶의 의미를 찾고 있는 젊은이들을 격려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집니까! 이것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사명입니다. … 집회서는 말합니다. ‘노인들의 이야기를 소홀히 하지 마라. 그들 또한 조상들에게 배웠고 이제는 네가 그들에게서 지각과 적절한 때에 대답하는 법을 배우리라’(집회 8,9). 노인들은 우리 공동체를 위한 지혜의 저장소입니다. 노인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우리 삶을 오롯하게 만들어 줍니다” (『세월의 지혜』 18쪽).

  교황 프란치스코의 이 권고는 마치 요즘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노인과 젊은이 간의 갈등을 꿰뚫어 보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노인이 편하고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새롭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젊은이의 새로운 사고방식을 받아들이고 겸손하게 그들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면, 요즘 말로 ‘꼰대’라는 말을 듣는 그저 나이만 먹은 ‘늙은이’에 불과할 것이다. 반면, 세상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며, 새로움을 받아들이고, 젊은이에게도 배우려는 낮은 자세를 취한다면, 젊은이는 노인에게 지혜를 발견할 것이고, 그 지혜를 부담 없이 그리고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때야말로 노인은 젊은이에게 양분이 되는 지혜를 나눠 줄 수 있는 진정한 ‘어르신’이 될 것이다. 젊은이 또한 마찬가지이다. 노인을 공경하며 그들에게 귀 기울이고 그들과 유대를 형성하려 하지 않는다면, 그저 무례하고 철없는 ‘어린것’이 될 것이며, 미래를 물려주고자 하는 노인에게 어떠한 신뢰도 주지 못할 것이고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할 것이다. 반면 노인의 가치와 그의 지혜를 알아보고 그의 삶과 역사에서 배움을 추구하면서 공경과 겸손으로 그와 관계를 맺으려는 젊은이는, 물려받은 지혜와 사랑으로 미래를 향한 길을 찾게 될 것이다.

노인과 젊은이의 동맹
“만약 우리가 우리의 미래를 위한 비전을 갖길 원한다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우리에게 말하게 하고, 그들의 꿈을 우리와 나누게 하십시오. 우리는 꿈을 꾸는 노인들이 필요합니다! 그들은 젊은이들이 미래를 마음속에 그리면서, 창조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도록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미래에 희망을 두기 위해 노인들의 꿈이 필요합니다. 노인들과 젊은이들은 함께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가 필요합니다” (『세월의 지혜』 20P).

  교황 프란치스코는 노인과 젊은이가, 서로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면서 우리 세대가 안고 있는 어둠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빛으로 바뀌기를 희망한다. 공생을 해야 비로소 완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이들이 서로 갈등하고 반목하는 것은 분명 어리석은 일이다. 이처럼 그는 우리 사회가 잘 보지 못하거나, 또는 잘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는 부분을 분명하게 드러냄으로써, 거기에 필요불가결한 가치가 존재한다는 것을 『세월의 지혜』를 통하여 알려 주고 있다.

  핵가족의 시대에서 이제는 그보다 더 작은 ‘일인 가구’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요즘, 개인주의가 보편화 된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노인과 젊은이의 동맹 맺기는 당장은 낯설고 불편하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일 것이다. 대가족을 이루며 살아본 적이 없는 세대일수록 세대 간의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서로를 받아들이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기는 더욱 어렵다. 하지만 어렵기 때문에 그것이 그만큼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을, 수많은 노인들이 『세월의 지혜』 안에서 자신들의 삶으로서 증언하고 있다.

삶의 멘토가 필요한 모든 이에게
  이 책은 어른의 지혜가 필요한 청년, 소년뿐만 아니라, 중년, 장년들에게도 여전히 쉽지 않은 인생을 풀어 나가는 데 필요한 혜안을 줄 것이다. 삶은 늘 처음이며 한 번뿐이기에, 우리에게는 언제나 경험과 지혜를 가지고 조언해 줄 멘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월의 지혜』를 접할 수많은 독자들이 이 책의 도움을 받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교황 프란치스코와 동료 노인들이 들려주는 90여 개의 이야기들이 담고 있는 연륜의 지혜는, 내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이들을 잡아줄 만큼 충분한 깊이와 무게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도움을 받아 많은 이들이 꿈과 비전을 얻을 수 있기를, 필자 역시 교황 프란치스코와 그의 친구들과 함께 소망하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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